모든 체력을 다 소진한 느낌이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아직 내려갈 길은 구만리였다.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빨리 아스팔트 바닥을 밟아보고 싶다."였다. 그렇다고 빨리 내려갈 수도 없었다. 내려가다가 앞으로 넘어지면 죽는거고, 미끄러져도 왼손으로 짚을 수가 없기 때문에 큰일이었다. 그래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갈림길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까지 가는 길은 크게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고, 올라갈 때는 왼쪽 길을 택했다. 정상에서 내려와서 였을까? 약간의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오른쪽으로 가면서 단풍도 보면서 슬슬 내려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도봉산 어드벤처의 최대의 오판이었다. 그냥 올라왔던 길로 오르지 왜 객기를 부렸을까? ㅠ ㅠ
처음에는 뭐 순조로운 길이었다. 중간에 헷갈릴만한 곳도 없었고 그다지 험한 길도 없었다. 단지 내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한참을 내려가니 마당바위라는 곳이 나왔다. 어릴 적에 왔던 기억이 살며시 나는 곳이 었다. 산 중턱에 바위가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펴져 있어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잠깐을 쉬고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조금 이상했다. 아니 길이 맞는 것은 같은데 조금씩 험해졌다. 바위에서 바위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점점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같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로서 이 숲 속을 뒤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갖고 있던 생각은 "등산할 때는 그냥 높은 곳으로 가면 되고, 하산할 때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언젠가 목적지에 닿겠지 뭐"라는 것이다. 조금씩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길은 길 같았으니까...
한참을 내려가다가 앞 쪽에 허연 물체가 보였다. 인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숲 속에서여선지 인공의 하얀 물체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완전 고립된 숲 속에서 인공의 무언가를 본 다는 것이 이런 안락감을 주는지 몰랐다. ^^;; 그쪽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큰 불상이 서 있었다. 아까 마당바위에서 아래쪽에 관음암라는 저질스러운 암자가 있다는 표지를 본 것 같은데, 이게 그것인가 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현재 위치와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말뚝같은게 이었고, 조금 멀리에 표지판이 있었다. 내가 길을 맞게 내려온 것이다. 신나는 마음에 표지판으로 가서 도봉산 매표소 방향을 살펴보니 깨끗한 길이 어서 오라고 손 짓하고 있었다. 날 조난사고에 빠뜨린 그 길이...
그 길을 따라서 쭉 내려갔다. 조금씩 길이 험해졌지만, 분명히 표지판을 보고서 내려왔기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며서 바위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까지 내 뒤에서는 표지판이 버티고 있기에, 일단 내려갔다. 길이 끊어졌다. 아니 길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서있는 바위에서 약간 뛰어내려야만 했다. 그 근처엔 물도 조금 고여 있었다. "이상하네 왜 길 주변에 물이..."라는 의심이 싹 트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려갔다. 그 때부터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섰다. 한창 단풍이 피어있었고 하늘은 푸르렀지만 이미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점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갔을 때 장관이 펼쳐졌다. 왼쪽의 산이 가파른 경사를 보이며 이 쪽과 V자를 이루는 것이었다. 젠장 계곡이었다. ㅡ ㅡ;;; 설마 설마 하면서 내려갔는데 그 끝에 있었건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리는 조금 큰 물웅덩이 아니 작은 호수였다.
조난당했다!
나는 지금 숲 속에 홀로 서 있고, 아무도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을 모르며, 앞으로는 물웅덩이로 끊긴 길, 뒤로는 오르기엔 벅찬 바위들이 있다는 사실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몸 속의 아드레날린을 극도로 분비시키고 있었다. 그 때 마지막까지 설마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이버 뉴스와 TV에서만 보던 산속 실종사고, 개구리 소년, 부패된 시신 발견 등의 뉴스들이 떠오르면서 내 고집을 꺾었다.
"저기요~"
조용히 불러보았다.
"저기요!!"
조금 더 크게...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아까 정상에서 소리치던 것 만큼 크게 외쳤지만 돌아오는건 정상에선 들리지도 않던 "이요이요이요~~"라는 메아리 뿐이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돌아가기도 힘드니깐 전화를 하자. 아까 사무소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 한게 실수지만, 114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던지, 아니면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구하면 될꺼야"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전화를 꺼내서 폴더를 열어 제쳤다.
안테나가 안 떴다. 난 그 때까지 몇년 전 Speed011 시절의 지리산인가에서도 터졌다는 광고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망할 놈들... ㅠ ㅠ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앞에는 물웅덩이가 "건널테면 건너봐!"라며 버티고 있고, 주위엔 이름모를 새들만 울고 있고, 체력은 바닥을 낸지 오래고, 전화기 마저 불통이었다. 온통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일단은 살아남자, 그럴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시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마도 위쪽 갈림길에서 원래 왔던 길을 택했다면,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아침인사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등산을 마무리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난 아직도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몇 개의 바위를 건너고, 나무뿌리에 매달려서 겨우 바위를 오르고, 생지랄을 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물론 왼팔만 멀쩡했다면 이렇게 엄살 피우면서 오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왼손은 그저 거들뿐"이었다.
다시 관음암(?)로 돌아와서는 아까 그 말뚝을 찾았다. 사무소 전화번호를 찾고선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안테나 2개에서 간당거리고 있었다. 겨우 신호를 잡아서 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입니다."
어느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저는 지금 20-12라는 곳에 있는데요. "
"예."
"지금 내려가는 길을 못 찾겠거든요. 어떻게 내려가야죠?"
"저 잘 안들리거든요." 툭....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년이 미쳤나? 산 속에서 조낸 급하게 전화를 했는데, 이게 무슨 대응이란 말이냐? 난 두번을 더 전화했지만, 똑같았다. 말뚝의 문구가 나의 화를 돋구웠다.
"이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 SKT, KTF, LGT"
이런 개구라쟁이들! 온 몸에 힘이 풀렸다. 이제 다른 사람이 이 곳까지 오기를 바래야 한단 말인가. 바위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표지판으로 걸어갔다.
"이런 썅!"... ㅠ ㅠ
표지판에서는 두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한쪽은 도봉산 매표소였고, 다른쪽은 아까 그 계곡 쪽이었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다시 한번 정상에서의 허무가 내 몸을 뒤틀었다. 도봉산 매표소로 가는 길은 계곡 쪽 길 바로 옆이어서 헛갈렸던 것이다. 조금 올라가닌 아주 평범한 산길이 나왔다. 바로 옆으로 이렇게 좋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아래에 가서 조난당했다고 쌩쑈를 하다니... ㅠ ㅠ
그 다음부터는 평이하게 내려왔다. 물론 중간중간 옆길로 새긴 했지만, 아까전 계곡에 비하면 양반이라 별 감흥도 없었다. 도봉산 매표소 가까이 오니 등산하신 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 다들 제대로 된 등산복에 배낭, 폴대까지 챙겨서 산에 오르고 계셨다. 도봉산 매표소를 나서면서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바로 여친에게 전화를 해서 한풀이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산이라는 말에 황당에 하면서도 조난 당한 얘기에는 웃으며 좋아라 했다. ㅡ ㅡ;;
도봉산역까지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와서,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신이문역은 나가는 곳이 한쪽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 칸으로 가야만 했다. 그 때,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난 그제서야 내 몰골을 알아차렸다. 흙 묻은 운동화에, 이 가을에 칠부 반바지를 입고, 그것도 앞 뒤로 흙투성이가 된 반바지를... 머리는 땀 때문에 헝크러져 있는... 낮 11시에 이런 모습을 하고 지하철에 타는 사람을 나도 가끔 보곤 한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린다던지, 지하철 역명을 줄줄줄 외운다던지, 아니면 신문을 한 쪽 팔에 잔뜩 끼고 있는 그런 사람을.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나가 줘."라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쪽팔림에 고개를 파묻고 지하철 끝칸까지 갔다.
집에 들어오니 11시 20분 쯤이었다. 집에서 나간 것이 5시 20분 경이었으니까 6시간 동안의 긴 여행이었다. 가끔 가다가 시트콤 같다고 느끼는 내 인생이지만, 오늘은 해도 너무 했다. ^^;
갈림길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까지 가는 길은 크게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고, 올라갈 때는 왼쪽 길을 택했다. 정상에서 내려와서 였을까? 약간의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오른쪽으로 가면서 단풍도 보면서 슬슬 내려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도봉산 어드벤처의 최대의 오판이었다. 그냥 올라왔던 길로 오르지 왜 객기를 부렸을까? ㅠ ㅠ
처음에는 뭐 순조로운 길이었다. 중간에 헷갈릴만한 곳도 없었고 그다지 험한 길도 없었다. 단지 내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한참을 내려가니 마당바위라는 곳이 나왔다. 어릴 적에 왔던 기억이 살며시 나는 곳이 었다. 산 중턱에 바위가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펴져 있어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잠깐을 쉬고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조금 이상했다. 아니 길이 맞는 것은 같은데 조금씩 험해졌다. 바위에서 바위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점점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같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로서 이 숲 속을 뒤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갖고 있던 생각은 "등산할 때는 그냥 높은 곳으로 가면 되고, 하산할 때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언젠가 목적지에 닿겠지 뭐"라는 것이다. 조금씩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길은 길 같았으니까...
한참을 내려가다가 앞 쪽에 허연 물체가 보였다. 인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숲 속에서여선지 인공의 하얀 물체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완전 고립된 숲 속에서 인공의 무언가를 본 다는 것이 이런 안락감을 주는지 몰랐다. ^^;; 그쪽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큰 불상이 서 있었다. 아까 마당바위에서 아래쪽에 관음암라는 저질스러운 암자가 있다는 표지를 본 것 같은데, 이게 그것인가 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현재 위치와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말뚝같은게 이었고, 조금 멀리에 표지판이 있었다. 내가 길을 맞게 내려온 것이다. 신나는 마음에 표지판으로 가서 도봉산 매표소 방향을 살펴보니 깨끗한 길이 어서 오라고 손 짓하고 있었다. 날 조난사고에 빠뜨린 그 길이...
그 길을 따라서 쭉 내려갔다. 조금씩 길이 험해졌지만, 분명히 표지판을 보고서 내려왔기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며서 바위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까지 내 뒤에서는 표지판이 버티고 있기에, 일단 내려갔다. 길이 끊어졌다. 아니 길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서있는 바위에서 약간 뛰어내려야만 했다. 그 근처엔 물도 조금 고여 있었다. "이상하네 왜 길 주변에 물이..."라는 의심이 싹 트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려갔다. 그 때부터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섰다. 한창 단풍이 피어있었고 하늘은 푸르렀지만 이미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점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갔을 때 장관이 펼쳐졌다. 왼쪽의 산이 가파른 경사를 보이며 이 쪽과 V자를 이루는 것이었다. 젠장 계곡이었다. ㅡ ㅡ;;; 설마 설마 하면서 내려갔는데 그 끝에 있었건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리는 조금 큰 물웅덩이 아니 작은 호수였다.
조난당했다!
나는 지금 숲 속에 홀로 서 있고, 아무도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을 모르며, 앞으로는 물웅덩이로 끊긴 길, 뒤로는 오르기엔 벅찬 바위들이 있다는 사실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몸 속의 아드레날린을 극도로 분비시키고 있었다. 그 때 마지막까지 설마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이버 뉴스와 TV에서만 보던 산속 실종사고, 개구리 소년, 부패된 시신 발견 등의 뉴스들이 떠오르면서 내 고집을 꺾었다.
"저기요~"
조용히 불러보았다.
"저기요!!"
조금 더 크게...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아까 정상에서 소리치던 것 만큼 크게 외쳤지만 돌아오는건 정상에선 들리지도 않던 "이요이요이요~~"라는 메아리 뿐이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돌아가기도 힘드니깐 전화를 하자. 아까 사무소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 한게 실수지만, 114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던지, 아니면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구하면 될꺼야"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전화를 꺼내서 폴더를 열어 제쳤다.
안테나가 안 떴다. 난 그 때까지 몇년 전 Speed011 시절의 지리산인가에서도 터졌다는 광고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망할 놈들... ㅠ ㅠ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앞에는 물웅덩이가 "건널테면 건너봐!"라며 버티고 있고, 주위엔 이름모를 새들만 울고 있고, 체력은 바닥을 낸지 오래고, 전화기 마저 불통이었다. 온통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일단은 살아남자, 그럴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시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마도 위쪽 갈림길에서 원래 왔던 길을 택했다면,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아침인사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등산을 마무리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난 아직도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몇 개의 바위를 건너고, 나무뿌리에 매달려서 겨우 바위를 오르고, 생지랄을 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물론 왼팔만 멀쩡했다면 이렇게 엄살 피우면서 오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왼손은 그저 거들뿐"이었다.
다시 관음암(?)로 돌아와서는 아까 그 말뚝을 찾았다. 사무소 전화번호를 찾고선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안테나 2개에서 간당거리고 있었다. 겨우 신호를 잡아서 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입니다."
어느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저는 지금 20-12라는 곳에 있는데요. "
"예."
"지금 내려가는 길을 못 찾겠거든요. 어떻게 내려가야죠?"
"저 잘 안들리거든요." 툭....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년이 미쳤나? 산 속에서 조낸 급하게 전화를 했는데, 이게 무슨 대응이란 말이냐? 난 두번을 더 전화했지만, 똑같았다. 말뚝의 문구가 나의 화를 돋구웠다.
"이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 SKT, KTF, LGT"
이런 개구라쟁이들! 온 몸에 힘이 풀렸다. 이제 다른 사람이 이 곳까지 오기를 바래야 한단 말인가. 바위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표지판으로 걸어갔다.
"이런 썅!"... ㅠ ㅠ
표지판에서는 두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한쪽은 도봉산 매표소였고, 다른쪽은 아까 그 계곡 쪽이었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다시 한번 정상에서의 허무가 내 몸을 뒤틀었다. 도봉산 매표소로 가는 길은 계곡 쪽 길 바로 옆이어서 헛갈렸던 것이다. 조금 올라가닌 아주 평범한 산길이 나왔다. 바로 옆으로 이렇게 좋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아래에 가서 조난당했다고 쌩쑈를 하다니... ㅠ ㅠ
그 다음부터는 평이하게 내려왔다. 물론 중간중간 옆길로 새긴 했지만, 아까전 계곡에 비하면 양반이라 별 감흥도 없었다. 도봉산 매표소 가까이 오니 등산하신 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 다들 제대로 된 등산복에 배낭, 폴대까지 챙겨서 산에 오르고 계셨다. 도봉산 매표소를 나서면서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바로 여친에게 전화를 해서 한풀이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산이라는 말에 황당에 하면서도 조난 당한 얘기에는 웃으며 좋아라 했다. ㅡ ㅡ;;
도봉산역까지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와서,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신이문역은 나가는 곳이 한쪽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 칸으로 가야만 했다. 그 때,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난 그제서야 내 몰골을 알아차렸다. 흙 묻은 운동화에, 이 가을에 칠부 반바지를 입고, 그것도 앞 뒤로 흙투성이가 된 반바지를... 머리는 땀 때문에 헝크러져 있는... 낮 11시에 이런 모습을 하고 지하철에 타는 사람을 나도 가끔 보곤 한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린다던지, 지하철 역명을 줄줄줄 외운다던지, 아니면 신문을 한 쪽 팔에 잔뜩 끼고 있는 그런 사람을.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나가 줘."라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쪽팔림에 고개를 파묻고 지하철 끝칸까지 갔다.
집에 들어오니 11시 20분 쯤이었다. 집에서 나간 것이 5시 20분 경이었으니까 6시간 동안의 긴 여행이었다. 가끔 가다가 시트콤 같다고 느끼는 내 인생이지만, 오늘은 해도 너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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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특히 '마당바위에서 아래쪽에 관음암라는 저질스러운 암자가'이 대목이 압권입니다.
단어를 원래뜻과 다르게 해석할수 있는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잘 뜨면 컬투 같은 개그맨되고 안되면 썰렁한 놈당이나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쉬운데 후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비슷한 조크를 보니, 저도 오랫동안 보면서 전혀 생각지 못한 관음암! 음화화 정말 혼자 미치도록 웃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글이 아직 댓글하나 없이 방치되어 있다니 슬프군요 역시 사람들은 우릴(?) 썰렁하다고 보는게 아닐까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정말 저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산이 두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