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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19] 도봉산 어드벤처 (2) - 하산 (2)
  2. [2006/10/19] 도봉산 어드벤처 (1) - 등산

도봉산 어드벤처 (2) - 하산

[인생이 시트콤]
모든 체력을 다 소진한 느낌이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아직 내려갈 길은 구만리였다.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빨리 아스팔트 바닥을 밟아보고 싶다."였다. 그렇다고 빨리 내려갈 수도 없었다. 내려가다가 앞으로 넘어지면 죽는거고, 미끄러져도 왼손으로 짚을 수가 없기 때문에 큰일이었다. 그래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갈림길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까지 가는 길은 크게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고, 올라갈 때는 왼쪽 길을 택했다. 정상에서 내려와서 였을까? 약간의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오른쪽으로 가면서 단풍도 보면서 슬슬 내려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도봉산 어드벤처의 최대의 오판이었다. 그냥 올라왔던 길로 오르지 왜 객기를 부렸을까? ㅠ ㅠ

처음에는 뭐 순조로운 길이었다. 중간에 헷갈릴만한 곳도 없었고 그다지 험한 길도 없었다. 단지 내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한참을 내려가니 마당바위라는 곳이 나왔다. 어릴 적에 왔던 기억이 살며시 나는 곳이 었다. 산 중턱에 바위가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펴져 있어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잠깐을 쉬고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조금 이상했다. 아니 길이 맞는 것은 같은데 조금씩 험해졌다. 바위에서 바위로 뛰어내리기도 하고, 점점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도 같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로서 이 숲 속을 뒤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갖고 있던 생각은 "등산할 때는 그냥 높은 곳으로 가면 되고, 하산할 때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언젠가 목적지에 닿겠지 뭐"라는 것이다. 조금씩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길은 길 같았으니까...

한참을 내려가다가 앞 쪽에 허연 물체가 보였다. 인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숲 속에서여선지 인공의 하얀 물체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완전 고립된 숲 속에서 인공의 무언가를 본 다는 것이 이런 안락감을 주는지 몰랐다. ^^;; 그쪽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큰 불상이 서 있었다. 아까 마당바위에서 아래쪽에 관음암라는 저질스러운 암자가 있다는 표지를 본 것 같은데, 이게 그것인가 보다. 주변을 살펴보니 현재 위치와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말뚝같은게 이었고, 조금 멀리에 표지판이 있었다. 내가 길을 맞게 내려온 것이다. 신나는 마음에 표지판으로 가서 도봉산 매표소 방향을 살펴보니 깨끗한 길이 어서 오라고 손 짓하고 있었다. 날 조난사고에 빠뜨린 그 길이...

그 길을 따라서 쭉 내려갔다. 조금씩 길이 험해졌지만, 분명히 표지판을 보고서 내려왔기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며서 바위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까지 내 뒤에서는 표지판이 버티고 있기에, 일단 내려갔다. 길이 끊어졌다. 아니 길이 있기는 했지만, 내가 서있는 바위에서 약간 뛰어내려야만 했다. 그 근처엔 물도 조금 고여 있었다. "이상하네 왜 길 주변에 물이..."라는 의심이 싹 트기 시작했다. 일단은 내려갔다. 그 때부터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섰다. 한창 단풍이 피어있었고 하늘은 푸르렀지만 이미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점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갔을 때 장관이 펼쳐졌다. 왼쪽의 산이 가파른 경사를 보이며 이 쪽과 V자를 이루는 것이었다. 젠장 계곡이었다. ㅡ ㅡ;;; 설마 설마 하면서 내려갔는데 그 끝에 있었건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리는 조금 큰 물웅덩이 아니 작은 호수였다.

조난당했다!
나는 지금 숲 속에 홀로 서 있고, 아무도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을 모르며, 앞으로는 물웅덩이로 끊긴 길, 뒤로는 오르기엔 벅찬 바위들이 있다는 사실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몸 속의 아드레날린을 극도로 분비시키고 있었다. 그 때 마지막까지 설마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이버 뉴스와 TV에서만 보던 산속 실종사고, 개구리 소년, 부패된 시신 발견 등의 뉴스들이 떠오르면서 내 고집을 꺾었다.

"저기요~"
조용히 불러보았다.
"저기요!!"
조금 더 크게...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아까 정상에서 소리치던 것 만큼 크게 외쳤지만 돌아오는건 정상에선 들리지도 않던 "이요이요이요~~"라는 메아리 뿐이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돌아가기도 힘드니깐 전화를 하자. 아까 사무소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 한게 실수지만, 114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던지, 아니면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구하면 될꺼야"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전화를 꺼내서 폴더를 열어 제쳤다.

안테나가 안 떴다. 난 그 때까지 몇년 전 Speed011 시절의 지리산인가에서도 터졌다는 광고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망할 놈들... ㅠ ㅠ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앞에는 물웅덩이가 "건널테면 건너봐!"라며 버티고 있고, 주위엔 이름모를 새들만 울고 있고, 체력은 바닥을 낸지 오래고, 전화기 마저 불통이었다. 온통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일단은 살아남자, 그럴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시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마도 위쪽 갈림길에서 원래 왔던 길을 택했다면,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아침인사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등산을 마무리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난 아직도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몇 개의 바위를 건너고, 나무뿌리에 매달려서 겨우 바위를 오르고, 생지랄을 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물론 왼팔만 멀쩡했다면 이렇게 엄살 피우면서 오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왼손은 그저 거들뿐"이었다.

다시 관음암(?)로 돌아와서는 아까 그 말뚝을 찾았다. 사무소 전화번호를 찾고선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안테나 2개에서 간당거리고 있었다. 겨우 신호를 잡아서 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도봉산 국립공원 사무소입니다."
어느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저는 지금 20-12라는 곳에 있는데요. "
"예."
"지금 내려가는 길을 못 찾겠거든요. 어떻게 내려가야죠?"
"저 잘 안들리거든요." 툭....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년이 미쳤나? 산 속에서 조낸 급하게 전화를 했는데, 이게 무슨 대응이란 말이냐? 난 두번을 더 전화했지만, 똑같았다. 말뚝의 문구가 나의 화를 돋구웠다.
"이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 SKT, KTF, LGT"
이런 개구라쟁이들! 온 몸에 힘이 풀렸다. 이제 다른 사람이 이 곳까지 오기를 바래야 한단 말인가.  바위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표지판으로 걸어갔다.

"이런 썅!"... ㅠ ㅠ
표지판에서는 두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한쪽은 도봉산 매표소였고, 다른쪽은 아까 그 계곡 쪽이었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다시 한번 정상에서의 허무가 내 몸을 뒤틀었다. 도봉산 매표소로 가는 길은 계곡 쪽 길 바로 옆이어서 헛갈렸던 것이다. 조금 올라가닌 아주 평범한 산길이 나왔다. 바로 옆으로 이렇게 좋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아래에 가서 조난당했다고 쌩쑈를 하다니... ㅠ ㅠ

그 다음부터는 평이하게 내려왔다. 물론 중간중간 옆길로 새긴 했지만, 아까전 계곡에 비하면 양반이라 별 감흥도 없었다. 도봉산 매표소 가까이 오니 등산하신 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 다들 제대로 된 등산복에 배낭, 폴대까지 챙겨서 산에 오르고 계셨다. 도봉산 매표소를 나서면서 탈출했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바로 여친에게 전화를 해서 한풀이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산이라는 말에 황당에 하면서도 조난 당한 얘기에는 웃으며 좋아라 했다. ㅡ ㅡ;;

도봉산역까지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와서,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신이문역은 나가는 곳이 한쪽에 있기 때문에 마지막 칸으로 가야만 했다. 그 때,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했다. 난 그제서야 내 몰골을 알아차렸다. 흙 묻은 운동화에, 이 가을에 칠부 반바지를 입고, 그것도 앞 뒤로 흙투성이가 된 반바지를... 머리는 땀 때문에 헝크러져 있는... 낮 11시에 이런 모습을 하고 지하철에 타는 사람을 나도 가끔 보곤 한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린다던지, 지하철 역명을 줄줄줄 외운다던지, 아니면 신문을 한 쪽 팔에 잔뜩 끼고 있는 그런 사람을. 사람들이 모두 "나는 지나가 줘."라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쪽팔림에 고개를 파묻고 지하철 끝칸까지 갔다.

집에 들어오니 11시 20분 쯤이었다. 집에서 나간 것이 5시 20분 경이었으니까 6시간 동안의 긴 여행이었다. 가끔 가다가 시트콤 같다고 느끼는 내 인생이지만, 오늘은 해도 너무 했다. ^^;

2006/10/19 04:34 2006/10/19 04:34

도봉산 어드벤처 (1) - 등산

[인생이 시트콤]
나는 내가 나태해지는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가끔씩 내 자신을 혼내는 의미에서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미친척하고 저질러 버린다. 그로 인해서 내가 더 각성할 수 있도록... 이 이야기는 내 이런 욱하는 성질에서 시작된다.

그저께 (10월 18일) 새벽이었다. 새벽 3시까지 작업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 방으로 건너왔다. 내 방의 넓직한 더블 침대에 편히 누워 잠이 올 때까지 "Man's Health"라는 남성잡지 (여우야뭐하니에서 나오는 "쎄씨봉"같은 잡지 아님)를 보았다. 탤런트 심지호가 마치 합성같은 좋은 몸을 자랑하는 겉표지를 보면서 한숨 한번 쉬고선, 안의 기사들을 훏터 보았다. 이번 호 에디터 컬럼은 밖으로 나가라는 내용이었다. "외국에선 등산을 하고 싶어도 산이 없어서 못 한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좋으냐. 그러니깐 밖에서 등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그래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팔목 골절 때문에 기브스를 하고 한달 간 쉬면서, 기브스를 풀면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등산"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잠자리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즘의 내 모습을 반성해 보았다. 자신감도 줄어든 것 같고, 나태해진 것도 같고...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하자 잠이 오질 않았다. 이렇게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면서 결국 새벽 5시 가량이 되었다.
"산에 올라가자!"
새벽 5시에, 내 머리 속 깊은 곳에서 산에 오르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새벽 5시에 그것도 밤을 샌 상태에서 누군가 등산하자고 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해버렸다.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집에서 갈 만한 만만한 산들을 찾아 보면서, 그 때까지도 마음 한 쪽에서는 "까불지말고 쳐자!" 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바로 무시 되었다. 그 때 그 말을 들었으면 이런 개고생은 하지 않았을걸... 어릴적 빼고는 등산 경험이 많지는 않은지라 마땅한 산을 고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봉산으로 결정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 나이키 점퍼에, 칠부 반바지, 그리고 그냥 스니커즈류의 운동화를 신고선 신이문역으로 향하였다.

의정부북부행 첫차는 5시 43분에 있었다. 그 때까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음료수를 하나 뽑아먹고 첫차를 탔다.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서 냉큼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밤을 새서 그런지 바로 수면 모드에 돌입했다. 꿈 속에서 무슨 노래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한참을 듣던 중, 비몽사몽 간에 내 핸드폰 알람 소리라는걸 알고는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공공장소에서 벨소리로 해 놓고선 전화 안 받는 사람인데, 내가 지금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이미 난 그 칸의 스타가 되어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정신을 차렸을 때 다행히 전철이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냉큼 내려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선 앞의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 따라 가다가 이상해서 표지판을 보니 7호선으로 가고 계셨다. ㅡ ㅡ;; 초창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잠이 덜 깼었나보다.

도봉산역 밖으로 나와서 보니 이미 등산복 차림으로 도봉산으로 향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나는 어릴 적에 도봉산에 오르고는 최근에는 근처도 안 와봤기 때문에 길을 잘 몰랐다. 그래서 내린 방법론이 "무조건 따라가자"였다. 삼삼오오 오르시는 분들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어서 주변 경치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많은 상점들을 지나, 도봉산 매표소에 도착했다. 도봉산 국립공원은 새벽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간에 오르시는 분들도 꽤 되었다. 나는 두분의 아저씨를 따라서 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등산은 체력으로 밀어붙이기가 힘들다. 밤을 세고서도 넘치는 체력으로 아저씨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올라갔지만, 중반 이후에 급격한 체력저하가 오기 시작했다. 등산 하시는 분들은 꾸준한 속도로 계속 오르셨지만, 나는 초반에 체력 안배 실패로 중간서부터 쳐지기 시작했다. 결국 동이 약간씩 터올 무렵에는 홀로 남게 되었다. 뭐 오르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정상까지 가는건 무조건 높은 곳으로만 가면 되기 때문에, 길을 따라서 계속 올랐다. 매표소 근처에서 본 등산로 표지판에는 정상까지 2.8km 정도 된다고 써있었다. 중간 지점인 1.4km까지 너무 수월하게 와서 솔직히 약간 자만에 빠졌다. "이러다가 금방 집에 가는거 아냐?" ^^;; 그러나 이것이 자만이었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표지판들이 "이제 다 왔어! 조금만 가면돼!"라고 구라를 치는건지, 내 다리들이 거리 감각을 잃어 버린건지... 막판 700m 정도는 오르고 또 올라도 이놈의 정상은 나오질 않았다.

300m 지점을 통과하고 조금 더 오르니 위쪽에서 사람들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위를 쳐다보니 몇 분이 앉아서 쉬고 계신 것이었다. "다 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막판 스퍼트를 냈다. 하지만... ㅠ ㅠ 그 곳은 정상 조금 못 가서 있는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마음이 바뀌면서 급격한 체력저하가 왔다. 그래서 그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리로 했다. 사람들은 내려가고 또 다시 홀로 남았다. 여기서 중요한 아이템을 Get!!! 그 분들이 두고 간 것이었는지 쌔삥한 목장갑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고무를 두른채... ^^; 나는 목장갑을 끼고선 다시 정상을 향했다.

정상에 다가갔을 때, 두꺼운 밧줄 하나가 보였다. 순간 "이런 제길!"이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밧줄은 경사 60~70도 정도되는 바위의 10m 남짓 위의 소나무에 묶여 있었다. "이걸 오르란 것인가?" 밧줄 옆의 표지판에는 여기는 경사도 심하고 미끄러우니 돌아서 가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니 그 때는 밧줄을 본 후의 패닉 상태 때문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 했다. 여지까지 올라왔는데 정상을 봐야는 하겠고, 체력을 떨어져 있고, 왼손은 재활 훈련 중이라 힘을 못 쓰고... 진퇴양난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게 아까워서 라도 올라가자라는 마음이 동했다. 밧줄을 한 손으로 잡고선 "여기서 떨어지면 진짜 죽는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내가 여기서 죽으면 집에선 멀쩡 하던 애가 산에 올라가 죽었으니 자살하러 온 줄 아실거다. 바짝 긴장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한걸음씩 천천히 올라서 결국 소나무까지 올라섰다. 그 길지 않은 순간에 정말 오만가지 상상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진짜 정상은 자운봉이지만 신선대가 올라갈 수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내가 다리를 부들거리며 서있는 곳이 신선대였다. 해는 이미 떴지만, 안개가 끼고 바람이 좀 불어서 경관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 "발 헛 디디면 뒤진다. ㅡ ㅡ;;" 산을 올랐다는 기쁨과 해냈다는 자신감에 위에서 소리도 실컷 질렀다. 그렇게 1, 2분을 놀다가 점점 짙어지는 안개와 조금씩 부는 바람,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완전한 고독이 슬슬 두려움을 만들어냈다. 다시 저 밧줄에 몸을 맡긴채 그 경사를 내려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이제는 빨리 내려가고 싶어졌다.

다시 밧줄로 가서 아래를 내려보니 오금이 저려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엎지러진 물인걸... 다시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밧줄에 몸을 맡겼다. 바닥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미끄럼틀 타듯이 조금씩 내려오는데 밑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한 세명 쯤 됐었는데, 모두 밧줄 한번 보고 표지판을 읽더니, 우측의 길로 올라왔다. ㅡ ㅡ;;; 이런 지랄 맞은!!! 아까 표지판에서 본 것이 저 길이란 말이냐! 용기없으면 쳐 내려가라는 소린줄 알았단 말이다. ㅠ ㅠ 표지판까지 내려오니 정말 인생에서 몇번 느껴보지 못 한 허무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쓰러질뻔 했다.

그러나 등산은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산에 비한다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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