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드라마 작가에게 설계당하다

[잡담]
타짜,한예슬,장혁,김민준,짝귀

오늘 SBS 타짜가 21부로 막을 내렸다. 원작인 만화 타짜를 두번씩 볼 정도로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드라마 타짜도 모두 챙겨보았다. 오늘 막방을 보고 난 소감은 "작가에게 설계당했다... ㅠ ㅠ"이다. 아귀의 말투를 빌리자면, "아주 대~차게 빨래질 당해버렸네."라고 해야할까... 극 초반부터 문제시된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미흡한 연기력, 쪽대본 문제 등은 넘어가더라도, 시청자로서, 만화 타짜의 팬으로서 걸린 것은 극의 구성이다. 이 좋은 소스로 이렇게 밖에 구성을 못 하다니...

드라마 타짜는 만화 타짜 1부의 중심 인물들 - 고니, 아귀, 평경장, 정마담, 고광열, 짝귀 - 을 중심으로 2부에서 4부까지의 내용들을 뒤섞었다. 우선 만화에서는 고니가 바로 지리산 작두이지만, 드라마에서는 고니의 아제 (이기영 분)로서 역할을 분리시켰다. 고니의 조카가 주인공인 만화 2부에서는 어릴 적 구슬치기나 난숙이와 난숙이 오빠 이야기를 가져왔고, 포카가 주된 내용인 3, 4부에서도 조금씩 이야기를 빌어왔다. 이러다 보니 원작의 치밀한 구성은 없어지고, 드라마에서는 이야기가 툭툭 끊어졌다. 내가 안타까운건 아직 사용치 않은 나머지 타짜의 내용들 (3, 4부)이다.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기반이 되는 만화나 소설 등의 소스 자체가 부족하다. 그런데 "타짜"라는 좋은 아이템을 드라마로서 망쳐놨으니, 적어도 드라마로서 타짜를 다시 볼 수 있기는 힘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짜는 3부 <원아이드잭>이나 4부 <벨제붑의 노래>가 극화하기에 더 좋은 플롯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과연 타짜가 또 다시 영상화될 수 있을까?

요즘 드라마에서는 간혹 작가들이 시청자들을 설계한다. 이야기를 겉잡을 수 없이 끓고가서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마무리지어 버린다. 거기에 "열린 결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버린다. 문제는 시청자는 극을 보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여지껏 봐왔던 것이 아까워서라도 중간에 끊지를 못 한다. 그래서 막방을 보고 나서야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봤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러했다. <하얀거탑>으로 완전 팬이 되버린 김명민이 강마에라는 역을 미친 듯 소화해서 그렇지, 극 자체는 "이건 뭥미?"이다. 마지막화를 본 후의 느낌은 마치 아주 재미있는 만화책을 읽고 있다가 마지막 권을 못 본 것 같았다. <거침없이 하이킥> 팀이 만든 <크크섬의 비밀>도 시즌2를 기약하고 시즌1을 마무리 지었지만, 시청률 때문에 시즌2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뭐 그래도 <베토벤 바이러스>나 <크크섬의 비밀>은 그나마 양반이다. <태왕사신기>에 비하면... ㅡ ㅡ;;; 시작부터 워낙 언론질을 해놔서 기대감은 만빵으로 해놓고 시청자들를 유혹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개떄 전투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태왕사신기에서도 그런 장면을 기대했다. 나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닥본사하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였을 것이다. 수 백억 제작비가 쓰였다는데, 욘사마는 전투는 안 하고, 적장이나 성주에게 감동 멘트만 날려서 적들을 굴복시켰다. 마지막회는 다가오는데 아직 영토 확장은 택도 없고... 그래도 이미 버린 몸, 막방에 몰아서 쏟아 부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 넓은 고구려의 땅을 몇 마디 대사와 자막으로 점령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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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 자막으로 광개토 대왕이 되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honeykja/40045204944)


내가 방송 관계자는 아니지만, 열심히 광고 시청해가며 방송국을 먹여살리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하루 빨리 사전 제작제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는 드라마 작가에게 설계 당하고, 이 야밤에 쓰린 속을 블로그에 풀어놓는 시청자가 없어질테니 말이다.

ps. 내 생애 최고의 드라마는 누가 뭐래도 <연애시대>!!!
2008/11/26 03:53 2008/11/26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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